[제 7회 대한민국디지털작가상 수상작]
이모의 소개로 만나게 된 룸메이트 에이프릴. 에이프릴이란 향기 나는 이름 뒤에 자신의 진짜 이름을 숨긴 그 아이는 예쁘장한 얼굴에 늘 원피스를 입고 요리를 즐겨한다. 청소와 정리를 싫어하는 게으름뱅이. 에이프릴과 함께 한 첫날 에이프릴은 자신이 남자라며 굉장한 고백을 한다.
‘나’는 남자친구와 이별한 뒤 함께 살아줄 누군가를 필요로 해 에이프릴의 빌라로 들어가게 된다. 비를 쫄딱 맞고 버림받은 강아지 같은 모습으로 자신을 보듬어줄 위로의 손길을 찾아 에이프릴의 품으로 파고든다. 유일한 가족이었던 이모가 애인과 외국으로 떠난 뒤 외로움과 상실감은 나날이 더해가며 나를 괴롭히는 이유가 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정상적으로 자라나지 못했다는 사실은 늘 콤플렉스가 되어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닌다.
상처는 무기력함을 동반하고 벗어나려 발버둥 칠수록 오히려 깊이 빠져드는 느낌이다. 세상 속에 뛰어들어 타인들과 부딪치며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괴롭다. 시간은 자꾸만 흐르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성장과 변화가 요구된다. 정작 자신에겐 그만한 일들을 견디고 참아낼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데 말이다. 세상은 그런 사람들을 인정해주지 못한다. 약자라는 놀림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그럴 때 상심한 자신을 위로해줄 수 있는 이는 누구일까? 바로 똑같이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누군가, 혹은 내가 겪은 상처보다 더 심한 상처 속에서 괴로워하는 누군가이다.
‘나’는 동생이 죽은 날의 악몽을 목에 걸린 털 뭉치처럼 삼키지도 못하고 살아가는 에이프릴에게 기대어 조금씩 살아갈 희망을 얻는다. 처음 그것은 비겁한 감정으로만 비춰지지만 시간이 지나며 차츰 껍데기를 벗어 사랑의 모습을 갖춰간다. 사랑은 시간의 흐름을 비껴간 그곳에 햇살과 그림자를 드리우며 하루가 지나면 또 다른 하루가 찾아온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사랑이 북돋아주는 에너지로 나와 에이프릴은 집밖으로 조심스레 발을 디딘다.
김지은
1989년 겨울 청주에서 태어났다. 글보다는 그림에 빠져 입시미술을 공부하며 지냈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 3학년 도서실에서 요시모토 바나나의 <슬픈 예감>이란 책을 계기로 책과의 사랑에 빠져 책 읽는 즐거움에 맛을 들이게 된다. 좋아하는 장소들엔 늘 책이 있다. 도서관, 서점, 북카페. 미대에 다닐 때 전공교수님께서 그림에 대한 칭찬이 아닌 작품소개에 대한 글을 보시고 창작문예를 배웠으면 좋았겠노라 말씀하셔서 충격을 받는다. 그때부터 읽기만 하던 생활에서 벗어나 짧은 단편들을 차곡차곡 써나가며 글을 쓰며 얻게 되는 묘한 설렘과 정신적 허기를 채워주는 충만함을 경험하게 된다. 제일 좋아하는 말은 헤밍웨이의 <당신이 아는 가장 진정한 문장을 쓰라>이다.